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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의 진화: 청춘의 기억에서 글로벌 커뮤니티로 1

by eundi-goodlife 2025. 4. 13.

25년 전, 저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인근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당시 노량진은 돈 없는 청춘들이 공무원 시험이라는 하나의 희망을 품고 모여드는 곳이었죠.
좁은 고시원 방 안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으며
"이번 시험은 꼭 붙자"며 다짐하던 청춘들의 모습으로 가득찼던 곳이었죠.

하지만 최근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외인촌 된 고시촌… 60개 중 40개가 외국인 방>,  조선일보 4월12일 기사였습니다.
이제 노량진 고시촌은 한국 청춘 대신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니,
이 변화는 나 같은 ‘노량진 경험자’들에게 큰 감정의 파도를 불러왔습니다.


과거의 노량진: 고시생의 본거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노량진은 대한민국 대표 고시촌이었습니다.
행정고시, 사법고시, 7·9급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던 수만 명의 수험생들이
노량진 학원가를 중심으로 좁은 고시원에서 하루 12시간 넘게 공부했죠.

고시원의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 1인실 중심의 초저렴 월세 (20~30만 원대)
  • 학원과 도보 3분 거리
  • 취사 가능 및 조용한 분위기

그 시절 노량진은 단순한 동네가 아니라 각자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이었습니다.


2020년대의 노량진: 고시생 대신 외국인이?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노량진은 더 이상 공시생의 성지가 아닙니다.
시험제도 개편, 취업시장 변화, 온라인 강의 보편화 등의 영향으로
노량진을 찾는 수험생 자체가 줄었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발표에 따르면,
노량진과 관악구 고시원 밀집 지역에서 운영 중인 고시원 60곳 중 40곳 이상이 외국인을 주 입주자로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워킹홀리데이 비자나 단기 체류자, 유학생 등 다양한 외국인이
고시원을 저렴한 단기 숙소로 활용 중인것으로 추정됩니다.


외국인들이 고시원에 머무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고시원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한데요.

저렴한 숙박비 게스트하우스나 호텔보다 훨씬 저렴한 30~50만 원대 월세
개별 공간 보장 1인실 구조로 프라이버시 확보 가능
역세권 노량진역, 신림역 등 주요 교통 노선과 연결
취사 가능 부엌 및 냉장고가 있어 장기 체류에 유리
특색 있는 한국식 거주 경험 고시원 생활 자체가 하나의 문화 체험으로 여겨지기도 함

이런 구조 덕분에 고시원은 이제 저가형 숙소 시장에서 대안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지역 상권 변화와 부작용도 있다

고시원이 외국인 관광객과 장기 체류자들로 채워지면서,
노량진 지역의 상권은 점차 공시생 중심에서 외국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 일부 고시원은 외국인만을 위한 운영 방식으로 바뀌고,
  • 다국적 식당이나 외국어 간판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 인근 월세와 임대료가 소폭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하는데요.
공시생을 위한 환경이 사라졌다는 지적,
생활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마찰,
고시원의 ‘단기 숙소화’로 인한 주거 안정성 문제 등은
앞으로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습니다.


기억 속의 고시촌과 지금의 외인촌 사이

노량진은 저에게 젊음, 도전, 불안, 희망이라는 단어가 뒤섞인 공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치열했지만 순수했던 마음이 떠오릅니다.

이제 그곳은 다른 모습이지만,
어쩌면 또 다른 ‘꿈을 향한 공간’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겐 공무원 시험 준비의 장이었고,
누군가에겐 한국에서의 첫 삶의 시작점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죠.


마무리하며…

노량진 고시촌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록 그 주인공이 바뀌었을지라도,
그곳에는 여전히 저마다의 이유로 머무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공시생의 치열함도, 외국인의 새로운 시작도
모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우리의 과거를 담은 공간이
또 다른 누군가의 현재와 미래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멋진 일 아닐까요?